‘재래시장은 낡고 불친절하다?’…청년들과 함께 젊어진 정릉시장

입력 2017-11-23 15:42   수정 2017-11-24 09:20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이태권 대학생 기자] 시장에 들어서니 고소하고 맛있는 빵 굽는 냄새가 기분 좋게 코를 자극했다. 냄새를 쫓아 빵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굽기가 바쁘게 손님들의 손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정릉시장 빵집 ‘빵빵싸롱’의 모습이다. 이 빵집의 대표 메뉴로 꼽히는 오징어먹물치즈 식빵과 카야잼식빵 덕분에 빵빵싸롱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현주(40) 빵빵싸롱 사장은 지난해 서울시와 성북구에서 진행한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통해 창업한 정릉시장의 ‘청년상인’이다.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시장 내 빈 점포를 청년 상인들에게 입점 지원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 씨는 만 19세에서 39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성북구 청년조례에 따라 턱걸이로 ‘청년상인’으로 지원해 합격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이 씨와 더불어 창업한 청년들 덕분에 최근 정릉시장의 분위기는 한층 젊어지고 활기를 띄고 있다. 다양한 아이템과 감각적이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청년상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기존 고객은 물론 젊은 층의 시장 유입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시범사업으로 첫 선을 보인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은 청년상인의 자생력 강화와 시장 활력 재고를 위해 창업실무교육부터 전문가집단 멘토링, 홍보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1천만 원의 인테리어비와 최대 2년간 1천만 원의 보증금, 그리고 1년 간 월 임차료를 지원해 청년상인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빵빵싸롱' 내부 모습


심상민 성북구청 일자리경제과 청년지원팀 주임은 “청년상인들의 참신하고 색다른 아이템을 통해 재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하는 것이 본 사업의 목표”라며 “사업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청년상인들이 자리를 잘 잡아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는 어엿한 시장 상인의 한 사람과 지역공무원으로서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기 청년상인들은 정릉시장, 증산종합시장, 구로시장 등에 둥지를 틀었다. 정릉시장은 그 가운데서도 대표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빵빵싸롱을 포함해 총 4명의 청년상인들이 활발하게 성업 중이다. 파스타와 피자를 판매하는 ‘파스타펍’, 천연원료로 만든 사탕과 캐러멜을 만드는 ‘땡스롤리’, 그리고 수제 과일청과 차를 파는 ‘율리아청’이 이들이다. 

시장은 정육점, 생선가게, 야채가게만 있다? 

젊은 입맛 사로잡은 정릉시장 파스타 맛집, ‘파스타펍(PASTA PUB)’

정릉시장에서 유일한 파스타 전문점 ‘파스타펍’을 운영 중인 강주혁(27)씨는 파스타 조리 경력 3년차인 ‘오너 셰프’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던 성신여대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우다 주방장이 그만두면서 셰프의 길로 들어선 케이스다. 



강주혁 '파스타펍' 사장


‘파스타펍’의 인기메뉴는 조개와 관자를 넣은 올리브 파스타 스캘럽 알리오(1만4천원)다. 테이블 7개로 규모는 작지만 자신만의 레시피로 정릉시장의 맛집으로 등극했다. 강 씨는 원래 창업 시기를 서른다섯 즈음으로 예상했지만 지인의 소개로 성북구청에서 진행하는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알게 돼 앞당겨 창업하게 됐다. 강 씨는 지원사업에 합격한 뒤 창업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마케팅부터 고객관리, 상권 및 고객특성 분석, 세무관리까지 창업관련 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임대료와 보증금 등 재정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강 씨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현재 강 씨는 비싼 인건비가 부담돼 혼자 주방과 홀, 홍보까지 맡고 있지만 메뉴개발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런 강 씨를 위해 시장 상인들은 지인들까지 동원해 가게 매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강 씨 역시 선배상인들에게 SNS 활용법으로 홍보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강 씨는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니 신선한 재료를 필요한 양만큼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구비할 수 있어 좋다”면서 “혼자 직접 가게를 운영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시장 상인 분들도 함께 격려해주시고 단골손님도 조금씩이지만 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엄마가 만드는 건강한 수제 사탕, ‘땡스롤리(THANKS LOLLIES)’

홍미선(32) 땡스롤리 사장은 서른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초등학생 자녀까지 아이 셋을 둔 ‘경력단절여성’이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자녀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사탕을 직접 만들어보게 된 것이 창업의 시작이었다. 홍 씨가 직접 만든 사탕과 캐러멜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자 창업을 결심하고 무작정 성북구청으로 찾아갔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만 하더라도 ‘시장에서 사탕과 캐러멜이 잘 팔릴 수 있겠느냐’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오픈 1년이 지난 지금 땡스롤리는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건강한 수제 사탕을 내세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정릉시장 내 위치한 '땡스롤리' 

7평 남짓한 작은 가게다보니 판매에 한계가 있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판로를 개척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며 인지도를 쌓은 땡스롤리는 올 초에는 수제먹거리 장터 앱 ‘아이디어스’와 카카오톡의 플랫폼 커머스 서비스 ‘카카오메이커스’ 등에 입점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땡스롤리는 천연 사탕수수원료와 비정제설탕, 한 팩에 6천 원 가까이 하는 유기농 우유 등을 사용하는 등 제품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홍미선 씨는 “육아와 가게운영을 병행하기가 힘들지만 동료 청년상인들과 함께해서 이만큼 버텨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믿을 수 있는 재료로 건강한 사탕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나만의 브랜드로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부터 쌓아온 한식에 대한 자신감, 수제과일청으로 풀어냈죠”…

외식경영학과 출신의 수제과일청 전문점, ‘율리아청’




‘율리아청’은 수제과일청과 청(淸)음료를 파는 수제청 전문점이다. 사장 박율리아(27)씨는 숙명여대 외식경영학 전공으로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한식 전문가’다. 대학 4학년 때부터 창업을 결심한 그는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한 청년취업아카데미에서 창직과정 사업에 당선돼 친구들과 팀을 이뤄 600만 원의 지원금도 받았을 만큼 창업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박율리아 '율리아청' 사장


한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 밑에서 어릴 적부터 매실청과 오미자청을 만들어온 박 씨는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수제청을 종종 선물하는 게 취미였다. 직접 만든 수제청이 주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자 자신만의 수제청 가게 창업을 결심했다.

학교에서 전공 이론으로 외식컨설팅과 경영교육을 배웠지만 실제 창업은 처음이었던 그에게 김지나 정릉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단장이 큰 도움이 되었다. 김 단장은 청년상인들의 가게가 오픈하기도 전부터 거의 매일같이 시장에 나와 기존 ‘어른 상인’들과 소통하며 인간적인 소통을 하며 교류를 쌓았다. 장사가 처음인 청년 상인들이 시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준 셈이다. 경영 피드백도 꾸준히 받으며 개선해나가자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율리아청의 인기 제품은 ‘애플시나몬 청’(1만5천 원)으로 SNS에서 입소문을 타 20~30대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젊은 아기 엄마들과 커플들이 선물용 등으로 많이 찾고 있다. 

박율리아 씨는 “어릴 적부터 동네에 열린 5일장 덕에 재래시장이 친근하다”며 “서울에서 정릉시장은 인간적인 향기가 가득하다. 나에게는 편안한 엄마 같은 이미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년들의 창업이 어려운 시기지만 잘 찾아보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있다”며 “창업을 결심했다면 무작정 시작하기보다 길게 보고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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